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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리뷰/책

[책 리뷰]《직소》다자이 오사무 : 유다의 예수에 대한 열등감

by Ignacio2023 2023. 8. 21.

 

· 날짜: 2023.08.18

· 장르: 소설

· 제목: 직소

· 저자: 다자이 오사무

· 별점★★★★☆

 

 

《직소》 다섯 줄. 추천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는 민음사 '인간 실격' 도서에 함께 실려있는 20페이지 분량의 짧은 소설이다. 성경 속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긴 사건을 다자이 오사무의 상상으로 표현했다. 직소(직소)란 '직접 호소하다'느 의미로 소설은 제사장에게 유다가 자신이 주 예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사랑과, 열등감, 분노 등의 감정을 마치 어린아이가 감정의 여과없이 뱉어내듯 호소하는 식으로 서술되어있다. 이 짧은 소설은 결국 삶의 주인이 누구이며 누군가를 집착적으로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태도, 그것이 상실되었을 때,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때 느끼는 배반감으로 인한 분노, 결국 보인이 지극히 사랑한다는 예수를 은 30냥에 팔아버리는 장사꾼 유다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연의 성질을 이해하고 지극한, 순수한 사랑이란 무엇일지,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그와 자신의 비교가 아닌 독자적인 자신을 인정하는 자세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직소》 세 줄.  줄거리

화자 가롯 유다가 제사장을 찾아가 예수를 죽여달라고 호소한다. 제사장의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오직 유다의 약간음 미친 듯해 보이는 태도로 읊조리는 독백과 같은 서술이다.

 


《직소》 다섯 줄.필사

p119. 아뢰옵니다. 아뢰옵니다. 나리. 그 사람은 너무해. 못됐어. 네, 불쾌한 놈입니다. 나쁜 사람압니다. 아아, 참을 수 없어. 살려 둘 수 없다고.

 

View: 책의 도입부다. 아직 독자는 화자가 유다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가 누구를 죽여달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 유다는 예수를 나쁘고 못됐고 불쾌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궁금해졌다. 화자는 왜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했을까? 궁금증은 뒤로 갈수록 해결이 되는 듯 하면서도 모호해진다. 유다가 예수를 죽이고 싶어한 이유는 밝혀지지만 인간 유다에 대해서, 그리고 예수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무엇보다 인간에 대해서 그만큼의 궁금증이 더 생겨난다. 그 사람을 죽인다고해서 모든 것이 정말 끝나는 것일까? 장사꾼 유다에게 팔리는 예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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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 다섯 줄.필사

p147. 저는 분한 겁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을 만큼 원통한 겁니다. 그 사람이 젊다면 나도 젊어. 저는 재능도 있고 집도 밭도 있는 훌륭한 청년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분을 위해 저의 특권을 전부 버렸습니다. 속은 거야. 그 

 

 

View: 유다는 예수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 유다는 고작 예수보다 두달 늦게 태어난 것 외에는 그 사람보다 본인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평생 그에게 헌신하고 그에게 의지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는 돈과 여자와 같은 것에 가치를 두는 자신보다 관용과 평화와 같은 숭고한 가치를 여기는 예수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이것은 한 인간이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모습과 그렇지 못한 현실간의 괴리에서부터 비롯되는 일종의 자시 혐오감과 분노 같은 것이다. 그것이 유다에게는 예수에 대한 열등감이다. 

 

 

우리는 모두 이상적인 '나'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달성되지 못한다. 또 여기서 유다가 느끼는 것 처럼 분명 자신보다 못한 것 같은 사람이 자신보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면 그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는 종종 '내가 뭐가 부족해서?'라며 스스로를 작책한다. 그러나 지나친 자책보다는 물음 그대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에 한발짝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장사꾼이 된 유다가 예수를 헐값에 팔아먹은 것 처럼 자신의 이상향을 누군가에게 팔아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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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 다섯 줄. 필사

p157. 저와 그녀석 사이에는 불과 물처럼 영원히 융합할 수 없는 숙명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녀석은 개나 고양이한테 던져 주듯 한 덩어리의 빵을 내 입에 쑤셔 넣고는, 그런 게 녀석의 분풀이였는지, 하, 바보 같은 녀석, 저에게 '네가 할 일을 속히 하라.'라고 말했습니다.

 

View: 화자는 여기서부터 그를 '그 녀석'이라 칭하며 그에 대한 분노가 절정에 다달았음을 표현하고 있다. 유다와 예수라 물과 불 처럼 융합할 수 없다는 것은 즉 내가 동경하는 나의 이상과 내가 절대 융합할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아를 인식할 때 부터 오인(誤認)의 자아를 형성한다. 이는 내가 완전한 존재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인데, 우리는 자라면서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음을 계속해서 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이상적인 삶이란 쉽게 도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이상향을 추구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나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 불보다는 물, 에수보다는 유다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 진다. 그는 왜 연인들과 함께 자살기도를 했을까. 작가는, 요조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유하다고 하여 다 걱정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삶이 마냥 즐거운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도 부유하지만 불행한 사람을 많이 보았다. 무엇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 것일까? 다자이 오사무가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일본 또한 개화와 침공등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일본 사회는 혼란 그 자체였고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그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이유는 인간들의 모순적인 태도들 때문이었다. 아무리 호소해도 대답없는 사람들 그리고 결국 처세에 강한 사람들이 우위를 점하는 부조리한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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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 다섯 줄. 총 평

《직소》는 서술 방식과 결말이 무척이나 흥미로운 단편소설었다. 이 포맷을 활용하여 많은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인물들이 어떤 감정으로 그러한 이야기들을 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와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쏟아내듯 뱉어내는 호소가 실제로 그가 내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의 유다의 행동과 그가 지닌 감정을 토대로 좀 더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동경의 대상에 절대 다다를 수 없는 존재, 타자에 대한 의지가 아닌 주체로서의 삶, 한편으론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 종교의 상징이 팔아넘겨지는 상황을 통한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 우리의 사회와 인간의 속성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짧지만 강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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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나약함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새롭게 읽는다. 순수하고 여린 심성의 젊은이가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견디지 못하고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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